[빌립보서 3:17-21ㅣ김남수 목사]
사도 바울은 본문에서 위대한 사도요, 스승이요, 또 목회자로서 귀한 담대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17절에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누구를 가르칠 때에 ‘내 말을 들으시오, 이 진리를 배우시오, 이 교훈을 따르시오 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나를 본받으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이야기 할 부모는 많아도 나를 닮으라고 자신 있게 말할 부모는 드뭅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지금 “나를 본받으라.” 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뿐만 아니라, 고전 4:16, 고전 11:1 에서도 같은 말을 합니다. “나를 본받으라.”는 너무도 소중하고 어려운 말씀이라서 이것을 오히려 왜곡하여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게 바울이 좀 교만한 것이 아닌가, 어떻게 감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 사도가 “나를 본받으라.” 고 하는 말씀의 전후 문맥을 보면, 이것은 자기만족의 자세를 버리고 자기를 희생하는 일에 있어서와, 그리스도 중심의 겸손한 실례의 태도를 갖는 일에 있어서와, 푯대를 향하여 줄기차게 쫓아가는 일에 있어서, 자기를 본받으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자기를 본받으라고 내세우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겸손한 자세에 모순되지 아니한가? 그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사도는 마치 자기가 완전한 자 인양 자기를 추켜세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와는 아주 반대로 빌립보 교인들에게 자기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완전에 이르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온전히 깨닫고, 그 완전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힘써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바울이 이처럼 엄청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몇 가지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참 선생입니다. 본받지 말라 해도 제자는 스승을 본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본받을까봐 걱정입니다. 별수 없이 닮게 되어 있습니다. 교인은 목회자를, 자녀는 부모를, 제자는 스승을 닮게 되어있습니다. 이제 사도바울은 말합니다. 차라리 나를 본받으라. 이럴 수 있어야 이상적인 교육자요, 이상적인 목회자입니다. 사도행전 26:29에 보면, 바울은 재판장 아그립바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합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쇠사슬에 묶인 것만 빼놓고는 다 나와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이야기입니까? 이것은 곧 나를 본받으라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웃더러 당당히 나를 본받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믿는 것이 분명하므로 자녀에게도 나와 같이 되기를 바라고, 일가친척, 아니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 나와 같이 바라는 간절한 마음 - 이래야만 전도가 바로 되지 않겠습니까? 초신 자는 자기를 인도한 사람만큼 믿게 되어있습니다. 술 담배 하는 인도자를 만나면, 그 사람도 술 담배하면서 예수를 믿습니다. 선배 구실은 어려운 것은 그것 때문입니다. 먼저 믿는 자의 책임이란 이토록 막중한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글쎄요,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우리가 감히 글쎄요,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우리가 감히 그 신령한 문제에 대해서 이렇궁 저렇궁. 비판할 수 있으나, 때때로 ‘이 사람이 예수를 믿는 건가 안 믿는 건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런 복잡한 문제를 놓고 생각할 때에 적어도 자기가 믿는 신앙에 대하여, 복음에 대하여, 교리에 대해서는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갈1:9에서 “만일 누구든지 너희가 받은 것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합니다. 이처럼 복음을 절대화하고 있습니다. 복음을 절대화 할 때 핍박이 있고 고난이 있지만 거기에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까 정신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마음이 넓고 크다고 하여, 뭐 가톨릭 수녀, 불교 중, 원불교 수도사, 합쳐서 합창단을 만든다고 합니다. 서로 친하게 지내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면 핍박이 없습니다. 적당히 믿는데 무슨 핍박이 있겠습니까? 우리 기독교가 많은 핍박을 받은 것은 바로 복음을 절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치의 양보가 없기 때문에 매도 맞고, 핍박도 받고, 순교하는 것이지, 불교인과도 적당히, 무당과도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사는데 무슨 핍박이 있겠습니까? 사도바울이 왜 감옥에 갇혔습니까? 복음에 관한 한, 진리에 관한 한, 한 치의 양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때문에 당연히 “나를 본받으라.” 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받는다는 것은 전인적인 교육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믿고,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가슴, 의지가 하나가 되어 전적으로 믿고 본받고 따라 가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은 교육자가 본을 보이는데 있습니다. 또 교육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가장 쉬운 것이 본을 보고 믿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흉내 내는 것입니다. 저 사람 하는 것 틀림없으니까 믿고 따라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가 따로 있습니까?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로운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와 길을 함께 가면 지혜로운 자의 본을 받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고로 다 알아야 되고 다 깨달아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믿고 따라가면 저절로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전인적인 교육입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싫다 좋다 소리하지 말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말고, 오직 “믿고 나를 따르라.” 고 합니다.
이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할 것을 부탁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깨달을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교회에 나올 때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나왔습니까? 지금이라도 시험을 쳐 본다면 몇 점이니 받을 것 같습니까? 그러나 믿는 것입니다.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18절에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노니 여러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느니라.” 고 말함으로서 그의 간절한 호소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빌립보 교인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동안에 바울은 이 속이는 자들의 추리에 대하여 자주 경고했었습니다. 그는 그들을 그저 보통 원수들로서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생각하였습니다. 만일 십자가의 친구들이 그들의 생활 가운데서 십자가의 정신 곧 자기를 부인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자들이라고 한다며, 십자가의 원수는 그와 정 반대의 정신 곧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정신만을 보여주는 자들이라고 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친구들은 세상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은 그들을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고, 또한 그들은 세상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따라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는 자들입니다. 십자가의 원수들은 이 세상과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땅에 있는 일을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일만 생각하며 십자가를 부인하는 사람, 자기 행위만 내세우며 자기 나름으로 믿는다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십자가의 원수라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도에 대한 원수요, 교회의 원수요, 교회에 대해 악마적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이 지금 교회에 나와 교인노릇을 하고 있다 해도 내용적으로는 십자가의 원수입니다. 십자가의 능력을 부정하고 십자가 없는 예수를 믿고 있는 것입니다.
빌립보 교인들에 대한 그 큰 사랑을 인하여 사도는 십자가의 원수들이 그 유럽에 세워진 첫교회의 교인들을 악한 길로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생각할 때 실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베다니의 마리아가 그녀의 오라버니로 인하여 울었던 것처럼, 막달라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부활의 아침에 울었던 것처럼 울고 있습니다. 바울이 선교사로서 성공한 비결 가운데 하나는 주께서 그에게 영적으로 돌보도록 맡겨주신 자들을 개인적으로 순수한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처럼 진지하고 온유하였기 때문에, 사도의 마음은 그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에 깊이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본문 19절에서 이들을 아주 예리하게 분석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뿌리에서부터 비판하고 있는바, “저희의 신은 배” 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신” 은 헬라어로 “호 데오스(ὁ θεος)” - 하나님이라는 뜻이요, “배”는“코일리아(κοιλία)” - 창자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들의 목적은 배, 곧 먹고 마시는 물질적이고 더러운 것을 섬긴다는 뜻입니다. 저들의 하나님은 자기들의 배요 향락을 섬긴다는 말입니다. 더 나아가서 저들은 땅의 일만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명예와 이득만을 생각하며 십자가의 원수로 행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섭섭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바울은 다시 저들의 영광은 저희의 부끄러움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부끄러운 일인데, 그것을 모르고 그 부끄러움을 영광인 줄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나님이 될 때에 이렇게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자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 훼퍼는 말했습니다. “요새 그리스도인들은 싸구려 예수를 믿으려 한다. 십자가 없는 예수, 편한 예수 고통 없는 예수를 믿으려 한다.”
바울은 19절에서 십자가 없는 자들을 경고한 뒤에 20절에서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말씀합니다. 빌립보 교인들은 시민권에 대한 위력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혔다 나오면서 로마시민권을 내어 놓음으로 감옥이 벌컥 뒤집힌 적인 있지 않습니까? 로마 시민권은 그만큼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로마제국은 줄잡아 인구의 거의 절반이상이 노예이고, 나머지 가운데서 또 절반이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나머지는 자유인이었습니다. 이 1/4 밖에 되지 않는 로마시민이 그들보다 2배나 많은 노예들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자유인들이 스파이 노릇하며 노예를 감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로마시민권을 가진 사람한테는 노예가 한두 명씩 배당되었으므로 이 노예가 일을 하고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당시 호민관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유권자들에게 뇌물로 노예를 잡아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놀고먹는 로마 시민들은 할 일이 없이 원형국장에 앉아 동물과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며 박수나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로마입니다. 로마의 문화는 노예 문화입니다. 그러므로 노예를 소유할 수 있는 로마 시민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 로마 시민권은 로마 군인으로 21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주어졌고, 또 세금을 많이 내고 여러 해 동안 충성한 사람이 돈으로 시민권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경우는 그의 아버지가 돈을 주고 산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로마 시민권이기 때문에 그 식민지에 나가면 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베드로처럼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고 목 베임을 당한 이유도, 로마 시민은 어떤 죄를 지어도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만큼 로마 시민은 죄인도 우대를 받았습니다.
로마시민권만 해도 그처럼 대단한데, 사도바울은 하늘나라의 시민권을 얘기합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 우리는 하늘나라 백성이다. 그런고로 영광도 있고 특권도 있다.” 고 말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하늘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이 땅에 삽니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가 임시로 머무는 곳입니다. 본문 말씀대로 우리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늘나라의 백성으로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승리를 만끽하면서 그 권세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에 우리의 고향이 아닙니다. 우리는 되돌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계속하여 말하기를 21절에 “그가 …….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의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화하시리라.” 고 말씀합니다. 수많은 헬라의 이교도들에 의해서 육신의 몸은 영혼을 가두어 놓는 감옥으로 간주되었고, 사람이 죽을 때 이 감옥에서 해방되어야 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몸은 지긋지긋한 방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에게 있어서 몸은 성령의 전이었습니다. 확실히 죄가 들어옴으로 인하여 이제 그것은 “우리의 낮은 몸”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연약함과 고통과 질병과 추함과 무익함과 죽음 형태 등으로 나타나는 죄의 저주에서 부딪히게 되었으나, 재림 때에 구주께서 새로운 형체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 새로운 형체, 혹은 모양은 참으로 새롭고 영원한 내적 형상을 반영시켜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승천하신 주님의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에 속한 자의 형상을 본받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내심이 되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계신 그대로 볼 줄을 앎이니” 그러나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사자들의 밥이 된 순교자들은 어떻게 될까? 산 채로 불타서 죽은 자들은 어떻게 될까? 이미 죽어서 그 몸이 부패되고 분해되어서 다른 동물들의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은 죽음조차도 감히 붙잡아 둘 수 없었던 분의 전능하신 능력으로 넉넉히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사도는 그의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케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의 몸의 영광의 형체와 같이 변케 하리라는 말로 뛰어난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그가 만물, 곧 우리의 모든 능력들을 자기에게 복종케 하시는 분일진대,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의 몸의 영광의 형체와 같이 변케 하실 수 없겠는가? 굽힐 줄 모르는 이상주의자 바울은 이 위대한 장을 끝마칩니다.
우리는 변화의 날을 바라보며, 오늘 이 땅에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분은 하늘나라 백성입니다. 어디까지나 하늘나라 시민권을 가지고 이 땅에 머무는 것입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우리 시민권의 본거지로, 본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날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오늘 여기에서 결코 비굴하지 말고, 하늘나라 시민으로서 권세를 지키며 그 본분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