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47:1-7 | 김남수 목사]
한해를 매듭짖는 12월에 예봄교우님과 함께 예배 드릴 수 있어서 감사드리며, 평안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간에도 러시아/구소련 군선교 사역이 잘 진행되어 과분한 열매를 맺었음을 보고 드리며, 예봄의 기도와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한달 전 10월 18일 저의 사랑하는 아내 고 이필정 선교사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제가 카작스탄에서 사역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단양에서 선교사와 교역자집회에 참가한 둘째 날, 저녁식사 후 급작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2시간 만에 육신의 장막을 떠났습니다. 당시 주님의 일군들과 함께 기도와 찬송으로 보내다가, 그리고 소천 받는 2시간동안 간절한 기도 속에서 하나님 품에 안겼음을 생각할 때 안심이 되고 위로를 얻습니다. 예봄 교우님들께서 심심한 조의와 격려를 보내 주셔서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제 고인이 떠난 자리를 큰 아들 진웅이가 아세아연합신대원, 그리고 둘째 진수는 같은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채워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진수를 늦둥이로 나아서 이를 어찌하나 했는데, 모스크바에서 10년을 살았고, 그간 공동체학교에서 올해 6년을 마치고 내년에 아세아연합신학대학에 진학하면서, 엄마가 남긴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두 아들이 하나님 나라 건설과 영혼구원의 신실한 일군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의뢰 합니다.
오늘 본문 에스겔서 47장에는 여러분께서 익히 알고 계시는 생수의 강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여러 번에 걸쳐 성소에 관한 환상을 주셨습니다. 그중에 절정을 이루는 것이 이 생수의 강이라 하겠습니다. 환상은 종종 미래에 이뤄질 사건을 말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환상이 이뤄진다고 믿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믿음으로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생수강의 환상이 주어진 때가 언제인가 하니, 에스겔서 40:1에 “우리가 사로잡힌 지 스물다섯째 해, 성이 함락된 후 열넷째 해 첫째 달 열째 날”로 나오고 있습니다. 에스겔선지가 사로잡힌 때는 주전 596년이었습니다. 이때 여호야긴왕과 함께 약 1만 여명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갔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뒤를 이은 시드기야왕은 지혜가 없어서 바벨론에 대항하다가 결국 주전 586년에 예루살렘이 완전히 함락되었습니다. 성전은 폐허가 되고 성전제사는 중단됐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절망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14년이 흐른 때가 바로 오늘 본문에 “사로잡힌 지 스물다섯째 해”입니다. 이 때 에스겔이 생수강의 환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야 말로 어둠이 깊은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바벨론에서 포로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절망에 짓눌려서 생수강의 환상을 도저히 믿고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라 뺏긴 설움, 성전 잃은 설움, 가난과 억압의 설움 – 층층이 설움이 가득한 이 상황에서 성전이 회복되고 나라가 다시 설 것이라는 이 생수강의 환상은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돌아 오셔서 그 백성과 함께 하시면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겔43:2에 하나님께서 돌아오신다는 약속이 역시 환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하나님의 영광이 동쪽에서부터 오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많은 물소리 같고 땅은 그 영광으로 말미암아 빛나니” 큰 바다가 물결치며 권능으로 밀려 오듯 하나님께서 임하시니 그 영광으로 땅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 하나님의 영광이 겔43:4에 “동문을 통하여 성전으로 들어가고”, 하나님의 회복시키시는 역사가 이뤄지면서 오늘 본문 47장에는 성전에서 생수가 솟아나 동쪽으로 흘러나서 예루살렘과 온 땅이 다시 소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약한 자를 살리시고, 겸손한 영을 높이시며, “내가 약하다 할 그 때에 예수님 안에서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사랑이 혼돈과 좌절에 빠져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다시금 살려서 높이 세우십니다. 이 신비로운 사랑이 오늘날 여러분 삶속에 역사하며, 한민족위에 역사하며, 선교현장에 성령님으로 임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우크라이나라는 뜻은 “세계의 끝” 혹은 “땅끝 모퉁이”라는 말로 “보잘 것 없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종교는 러시아정교회가 주종을 이루고 강대국에 종속되어 수백년을 지내 왔습니다. 이 나라가 2014년부터 전쟁에 휩싸이면서 오늘까지 1만여명의 병사가 전사하고, 정치 혼돈에 빠지고, 경제적 궁핍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무 출구를 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때에 기독교회가 깨어 민족의 등불역할을 해야 하는데, 구소련지역 교회 대부분이 자신의 국가, 사회와는 담을 쌓고 살아 왔습니다. 심지어 신자의 군복무를 죄악시 하며, 믿는 사람은 군대를 포함해서 국가를 위한 봉사에 개입해서 않 된다는 극히 소극적인 세계관을 따라 왔습니다.
그런데 캄캄한 어두움속에 하나님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구소련이 개방되며 군인들중에서 한두명씩 예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적은 수이지만 기독군인회가 탄생하여 군인과 그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2004년 기독군인회장 바실리 힘미치 중령이 한국 교회 견학을 위해 방문했습니다. 저는 2001년 러시아/구소련 군선교사로 모스크바로 이주하여 초창기부터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군선교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바실리는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군대에서 세례받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어떻게 장교와 병사가 군대에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가를 연구해 보니, 이는 6.25 전쟁 시 한 무명의 병사가 이승만대통령에게 보낸 짧은 편지에서 시작된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에게도 외국 군대처럼 군목을 보내 주어, (군목의 기도를 받으면서) 명예롭게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로 인해 한국군대에 군목제도가 도입되어, 최초 27명의 군목이 계급장도 없이 문관군목으로 전방을 누비며 활동하였습니다. 군인교회가 세워지고, 각 사관학교에 군목이 배치되면서 군대는 미래의 지도자를 배출하는 믿음의 훈련장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은혜의 사건입니다.
바실리는 국방부에 개신교 군목제도 도입을 7년이 넘도록 끈기 있게 요청해 왔습니다. 한편 군복무를 죄악시 하는 교회를 향해서는 기독신자가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고 설득해 왔습니다. 드디어 올해 2017년 1월 공식 군목제도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40여명의 개신교군목이 전방에서 군종활동을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문관군목입니다. 나라에서 계급장도, 월급도, 활동비도 –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원이며 자비량입니다.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최전선입니다. 포탄이 떨어지고 쉼이 없이 총탄이 핑핑 날라 다니는 참호가 이들이 살며, 잠을 자는 곳입니다. 만일 이들이 사망할 경우, 아무런 보상책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 아내와 자녀들은 가장을 잃어버리는 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질 위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군목 알렉 형제는 구소련지역 일반 신자처럼 군대가 악하다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신문과 뉴스를 통해 자국의 병사가 계속하여 전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 그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첫째는 죽음 앞에 처한 병사를 두고 어찌 나만 후방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고, 두 번째는 전방에 나가면 나도 죽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몇 달을 고민했습니다. 결심을 했습니다. 전선에 처음 나갈 때에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이 죽음 앞에서 그가 전하는 하나님 말씀을 간절히 받아들이고, 그의 기도를 사모하는 것을 볼 때 어느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전선에서 군목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군목 레오니드 형제는 치열한 전투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 그가 기도할 때 그의 부대원이 한명도 전사하지 않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수류탄에 상처를 입고 수주간을 병원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물론 아무런 보상이 없었습니다. 그럴수록 레오니드는 더욱 열심을 내어 군목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 군목들을 움직이는 동기입니까? “죽음이 병사를 데려가기 전에 복음으로 구원하자” 군목제도를 통해 복음이 군인과 경찰과 국가에 전파됩니다. 군목제도를 통해 축복받은 민족의 지도자가 배출되고, 국가는 축복의 나라도 변화되는 것입니다.
절망과 암흑의 상황, 국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바벨론 포로시기에 하나님께서는 그 가난한 백성을 찿아 오셨고, 그 남아있는 연약한 자들을 위해 위해 성소의 영광으로 임하셨습니다. 이것이 생수강의 환상이 주는 약속이었고 성령님으로 동행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좀 더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임하시니, 임마누엘의 축복이 시작되면서 성전에서 생수의 줄기가 솟아나 동쪽으로 흘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쪽은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곳, 희망이 실현되는 삶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에스겔 선지자를 이끌어 생수의 강으로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생수강이 일천척, 약 500m, 되는 지점에 이르니 그 깊이가 발목 정도였습니다. 다시 일천척을 진행하니 그 물이 무릎에 닿았습니다. 다시 일천척을 나아가니 허리가 잠겼습니다. 또 일천척을 진행하니 가슴이 잠기고 온 몸이 잠겨서 강물에 몸을 띄어야만 될 만큼 수량이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그 넓은 강에서 온갖 물고기가 번성하고, 강가에서는 각종 과실나무가 무성히 자라 항시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조그마한 강을 생각하지 마시고 큰 강을 생각해 보십시오. 물밑 지형은 평평한 곳, 깊이 파인 곳, 거친 바위, 잔잔한 모래, 급경사등 여러 형태로 강수의 흐름에 저항합니다. 그러나 강이 길어 질 수록, 강물은 물밑 지반을 모두 채우고, 모두를 덮고 강좌우에 물을 공급하여 생명을 주면서 유유히 흘러 바다로 들어갑니다. 강물의 풍부함과 그 권능을 막을 그 무엇이 없는 것이지요.
성령님으로 시작된 하나님의 역사는 성도들의 기도, 찬양과 헌신을 통해 큰 강물을 이루어 세상을 살리는 생명강수로 흐르는 줄로 믿습니다. 작년 8월 우크라이나 교단장단이 한국 교회 견학 방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방문했던 교회마다 우크라이나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또 군목제도가 도입되도록 간절히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 기간 저는 우크라이나를 하나님께서 들어 세우셔서 구소련 여러 나라들까지 축복받는 하나님의 섭리가 이뤄지도록 간구 했습니다. 그때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오늘에 이르는 동안 생명강이 흐르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그동안 바실리 힘미치 중령은 군목으로 안수를 받고 우크라이나 침례교단의 군목부장이 되었습니다. 작년 8월 한국교회 견학차 방문했던 발레리 총회장님과 바실리 군목부장이 금년 5월 키에브에서 저를 만나서 “아무런 재정지원 없이 백의종군하는 28명의 군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자비량이고, 사고가 나도 가족을 위해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기도에 열심을 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나님 이들을 도울 힘이 제게는 없어요“ 하나님 앞에서 저희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지사역자 훈련 차 한국에 들어 온 8월, 별로 크지 않은 교회의 목사님과 짧게 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후 그 교회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5가정, 다음에는 7가정, 9가정으로 수가 늘더니 마침내 12가정이 28명의 군목들을 분담해서 기도하며, 3년간 재정지원에 동참키로 했습니다. 생명수 강이 깊어지는 역사였습니다. 이분들은 후반기부터 시작한다며 7,8,9월의 지원비를 모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9월말에 키에브에 가서 지원비를 전달하며, 한분한분을 만나 격려하며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이때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2달 전 포로센코 대통령이 발레리총회장님을 중심으로 개신교단 대표들을 초청하여 “내년, 2017년, 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니, 개신교에서 영화상영, 콘서트, 길가의 현수막, 텔레비전을 통해 마음껏 기념행사를 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러시아정교회가 지배하는 구소련에서 처음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독교회들이 단결하고, 그간 이단으로 치부되어 설움 받던 자리에서 당당히 복음적 기독교로 인정받으며, 여기에 더하여 개신교 군목활동이 합쳐지면서 국가를 소생시키는 기독교회의 사명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약 2달 전인 9월 29일, 목요일밤, 제 아내는 키에브에 내려와 우크라이나 군목들을 만나고 격려하며 첫 지원비를 전달하는 일을 저와 함께 다 마쳤습니다. 그리고 밤 9시 30분 아내는 키에브역에서 밤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떠났습니다. 다음날 저는 카작스탄으로 갔습니다. 구소련 나라속에 처음으로 허락된 우크라이나 군목들에게 처음으로 기도및 재정지원을 전해 줄 수 있어서 저희 부부는 행복했고 또 영예로웠습니다. 아내 또한 행복하여 만면에 웃음을 띠고 전송하는 저를 향해 기차안에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저 역시 감사하며 웃음으로 아내를 보냈습니다. 기다란 기차가 역을 떠나 어둠속에 사라질 때까지 서서 아내가 탄 기차를 바라 보았습니다. 그 기차는 아내를 태운 천국기차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저희 부부에게 기쁨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스런 일에 참여할 때 하나님께서는 기쁨을 주십니다.
16년전 러시아/구소련 군선교를 시작할 때 첫째 목표는 러시아에 군목제도가 탄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전에서 솓구치는 생수가 문지방을 넘어 자유롭게 흘러 가듯, 하나님께서는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군목제도를 먼저 여셨습니다. 연약한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셔서 개신교의 문이 열리는 축복을 주시고 계십니다. 이는 성전 문지방의 물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흘러가듯 구소련 여러 나라에 예수 그리스도 생수의 강을 흘러 보내시려는 성령님의 역사입니다. 이 영광의 역사에 처음부터 교우님들과 함께 한 것을 감사드리오며, 하늘문을 열어 가는 예봄교우님들의 기도와 함께 넓고 넓은 생수강의 역사가 구소련땅에 그리고 세계속에 흘러 가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외쳐서 부르시기를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 나오리라”(요7:37-38) 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을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키시는 말씀”(요7:39) 이었습니다. 동쪽으로 흘러 나는 생수강의 역사가 여러분의 삶속에 이뤄지도록 믿고, 감사하며, 기도하십시다. 그리고 여러분을 통해 많은 물고기가 같은 영혼들이 생명을 얻고, 주위의 사람들과 한국과 먼 곳의 영혼들과 나라가 소생하는 역사가 일어 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부르심입니다. 한 해를 보내며 새롭게 생수강 성령님의 선교역사에 우리를 드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